아파트 베란다 밑에서 오늘도 고래고래 악쓰는 소리가 들린다. 교양 없는 위층 부부가 또 싸움이 났나 싶겠지만, 결혼해서 살다 보니 부부싸움을 하면서 일순간 교양이 없어지는 순간이 아주 가끔씩 생긴다. 싸우려면 이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성 잃는 부부싸움에도 룰은 있다는데, 설사 뚜껑 열려도 지킬 것은 지키라는 말씀.
낭만적인 부부싸움?
조분조분 논리에 맞게 서로의 잘잘못을 짚고 넘어가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앞으로 발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이성적인 부부관계를 꿈꾼다.
울어야 할 일이 있어도 절대로 고래고래 소리지르지 않고, 슬픈 두 눈에 주르륵 눈물 한 줄기. ‘당신에게 정말 실망이야’ 내지는 ‘나에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줘’,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뭐 이런 등등의 대화가 오고 간 뒤,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깊은 포옹과 키스. 그런데 이런 순간에 모 시트콤에 나오는 것처럼 뻐꾸기 소리가 난다.
연애할 적엔 싸운 뒤에 사랑이 더욱 굳어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준 상처에 아파 울면서도 이렇게 아프고 쓰린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려니 위안한다.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을 믿고 싶진 않지만, 한 집에 한 이불 덮고 산다는 것이 무언지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고 신혼이라는 물색이 허옇게 바랠 무렵이 되면 남녀 사이라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맞부딪히고 마는 것이다.
지지고 볶는 싸움
노름, 외도, 빚, 고부갈등, 자녀문제, 등등 사랑만으로 감싸 안을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결혼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이유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 동안 쌓아온 교양이나 지식은 부부싸움에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8음계로 표현 할 수 없는 외마디 소리들이 귀청을 가르고, 방문이 부서지고 집기들이 날라간다. 여기에 서로의 얼굴이 손까지 올라가고 결국 피를 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가면 여성의 전화 같은 상담기관에 전화를 걸어야 할 수준이지만, 누구나 극한에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싸우면서 계속 살아가느냐 반문하는 사람들은 ‘이혼’ 이라는 간단명료한 선택을 하겠다는 쪽이겠지만, 자식 버리고 못살고 지지고 볶아도 이 사람과 평생을 살겠다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룰을 가지고 부부싸움에 임하자.
부부싸움, 이성 잃어도 지킬 rule
1. 소리는 마음껏 지르되 때리지 말 것
한국 사람들이 싸우는데 기본 룰은 무엇보다도 목소리 큰 사람이 승리한다는 진리이다. 그런데 부부싸움에서는 조금 다르다. 부부싸움에도 목소리는 일종의 기 싸움인데, 작게 소근소근 말하면서도 상대의 속을 뒤집어 놓는 힘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소리만 크고 혼자서 흥분하고 지레 나가 떨어지는 스타일이 있다. 소리를 질러서 흥분이 삭힌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손이 올라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소리는 지르되 상대를 때리지는 말자.
2. 때리되 얼굴은 피할 것
그래도 때려야 한다면 베게나 쿠션 등 맞아도 상처가 되지 않는 도구를 사용하자. 그리고 상대를 때리더라도 얼굴은 피해야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 등이나 엉덩이 쪽을 치더라도 쿠션이나 곰 인형 같은 소품을 이용하면 싸움이 게임처럼 변색(?)되는 우연도 생긴다.
3. 깨져도 아깝지 않은 물건만 던질 것
싸움을 하면 때리지는 않는데 집안에 살림을 부수는 스타일이 있다. 상대방을 겁주어서 싸움을 멈추게 할 생각인데, 아주 안 좋은 버릇이지만 굳이 이런 노선을 택했다면 깨져도 아깝지 않는 물건이나 던져도 망가지지 않는 물건들을 택하는 편이 좋겠다. 옷이나 신문, 잡지, 플라스틱 소품 같은 것은 상관없지만 밥상을 뒤 업는다든지 하는 최악의 상황은 이혼도 재고해봐야 할 아주 심각한 손버릇이라고 본다.
4. 평생 한이 될 말은 삼가 할 것
싸움이 격해지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이 튀어나오는데, 서로의 치부를 건드리거나 결혼을 후회한다는 등의 평생 한이 될 말은 삼가야 한다. 특히 서로의 가족을 욕하거나 집안을 들먹이는 말은 절대 금해야 할 말이다. 화해를 하더라도 평생 마음에 담아 갈 것이며, 죽을 때 까지 허물 수 없는 마음의 벽 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5. 아이들이 보게 하지 말 것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려운 시절을 겪은 부모님들이 아귀처럼 서로를 할퀴는 싸움을 한번쯤은 목격해 본 적 있을 것이다. 평생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사는 부부는 없겠지만, 절대 아이들에게 부모가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부부싸움 속에 자란 아이는 실제로 옷에 대변을 본다거나 손톱을 물어 뜯는 다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교우관계에서도 폭력적으로 변하는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싸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키가 크지 않는다고도 한다. 즉 부부싸움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싸우더라도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싸우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