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탈리아 포지타노를 여행기

Lee-Sun 2007. 10. 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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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와 살레르노 사이에 있는 어느 작은 항구 마을.

 

여행을 하면서 성인 2명이 호텔방안의 냉장고를 살펴보지 않고 그대로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그들이 방을 나서기 전 화장실과 옷장과 침대맡의 서랍까지 꼼꼼이 살폈었다면?

전날 밤 호텔방에서 트렁크 안에 짐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던 마린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떡을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겠어."

시칠리의 코코벨라 님의 집에 가져갈 가래떡과 떡볶이 떡 세트의 신선도가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떡은 뒷면에 '상온에서 1개월 보관'이라는 문구가 씌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냉장고 안으로 모셔지고 말았다. 떡 이종세트는 그렇게 냉장고 안에서 옆자리의 '꼬마김치' 가족과 함께 신선하게 유지되었다. 그리고 무엇에 홀렸는지 그대로 음식물들을 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나오고 말았다.

 이렇게 확률이 희박하고,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여행의 초반부에 일어나자 우리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위에도 말했지만 팥빙수 재료 등 코코벨라 님의 오더를 충실하게 이행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던 마린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닥친 것이었다. 마린은 손목시계를 덥썩 집어 보더니 내게 소리쳤다.

"오빠! 십분동안 호텔에 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

거의 울것같은 마린의 표정을 보며 나는 순간적으로 기차에서부터 호텔까지의 거리를 어림짐작해보았는데, 사실 그 거리는 10분안에 왕복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설령 바람처럼 달려서 호텔에 도착하여 물건들을 꺼내가지고 온다고 하여도, 기차를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안은 채 감행하여 얻는 실익이 떡볶이떡과 꼬마김치라면? 이태리 기차의 특성상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일 기차가 정시출발하거나 혹은 1분 일찍 출발이라도 한다면? 그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 마린이 기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면? 게다가 우리는 22kg짜리 트렁크를 가지고 있는데.. 다시 가지고 내리는 일이 끔찍해서라도 호텔로 뛰어갈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차분한 말투로 얻는 이익에 비해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그리고 그녀는 기차가 출발 한 후 한 시간 가량 계속 자책했다. 왜 멀쩡한 떡을 냉장고에 넣었을까 라며.
원래 그녀는 왜 냉장고 안을 살피지 않았느냐고 나를 질책할 것 같았는데... 스스로 책망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일 뿐더러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

겨우 떡 사건을 잊어버려갈 무렵, 우리는 지도책을 보며 루트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옆자리의 할머니께서는 우리의 손짓과 책 내용에 은근히 관심을 보이신다. 아까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같이 타서 짐도 올려주고 한동안 이야기하다가 출발시간이 다되어 내렸었는데... 할머니께서 순박하고 맑은 눈빛으로 우리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시냐고 말을 붙이자 대화를 하게 되어 반갑다는 듯이 화답을 하신다. 비록 말은 안통하지만 손짓발짓으로 웬만한 말들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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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바로 그분. 이태리판 티비 가이드를 보고 계신다.

 

그녀는 레죠 디 칼라브리아Reggio di Calabria라는 이태리 최남단의 도시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잠시 아들의 집에 왔다 간다고 했다. 할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4년전 칭꿰떼레 마을에서 만났던 민박집 아주머니도 떠오르고...(동양인 투숙객을 받고서 밤새 생각을 하셨는지 다음날 아침에 나카타가 한국 선수 아니냐며 발길질을 하셨더랬다) 이태리 시골사람들은 순박하기가 그지 없었다.

우리의 행선지는 살레르노Salerno였다. 원래는 나폴리에 내려 다시 사철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살레르노까지 가서 다시 페리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하는 것이 깔끔한 것 같아 루트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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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원래 계획했던 루트 : 나폴리에서 사철이나 페리를 타고 소렌토로 이동. 다시 버스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

2번이 수정된 루트 : 나폴리를 지나 살레르노까지 기차로 이동. 살레르노에서 페리를 타고 포지타노로 다시 거슬러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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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르노 역에 내려 바라본 역앞 광장의 모습. 차들이 많은 것 같지만 다 합쳐 3, 40대 가량 될까.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었다. 아담하지만 깔끔한 도시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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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걸어와 해안 도로를 따라 걸어보았다. 산책하는 시민의 모습도 보이고... 이 해안 산책로가 살레르노의 볼거리중 하나로 여행책자에 나와있었다. 책과 실제를 비교하면서 '음, 이런 모습이군.' 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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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멀리 바위산에 돌다리가 놓여 있는 게 보인다. 경사가 너무 심해 도로를 놓을 형편이 안되는 구간은 저런 다리로 대체가 되어 있는 듯 했다.

 

우리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여기저기 레스토랑을 물색하다가 결국 허름한 피잣집에 들어갔다. 상호는 다소 유치하게도 '피노키오 피자'.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사진찍기도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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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잣집 아저씨가 친절하게 가르쳐준 곳으로 오니 배가 출발 대기중이었다. 우리를 포지타노로 데려가 줄 페리의 모습. 저 앞의 선원은 배로 연결되는 사다리같은 다리(?)를 지날 때, 여자의 트렁크는 들어주고 남자 것은 내버려 둔다. 진정한 이탤리언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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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정렬된 채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요트들의 모습. 언젠가는 나도 요트 한번 타봐야 할텐데.. 그리고 나중에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더 올라가면 유럽에서 요트 여행을 하고 오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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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올라타보니 1층 선실에는 사람이 없고 모두들 2층 데크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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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르노 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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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드디어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작은 마을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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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 중간중간에 고르게 나있는 줄처럼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나중에 마린과의 대화에서 이른 결론에 의하면 저것은 포도나무인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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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절벽 중간에 외롭게 서있는 별장. 이런 곳에 살면 좋을까, 나쁠까? 수퍼도 없고, 이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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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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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다운 것이 있어도 피로하면 백약이 무효한 법.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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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승객들. 갈색옷 아저씨는 나와 렌즈가 동일해서 은근히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결국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아 공감하는데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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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의 뒤를 따르는 갈매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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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건물들. 그리고 경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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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타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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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전경. 정박하는 배의 크기가 다른 동네와 비교해서 일단 크다. 배는 아말피에서 승객을 바꿔 태우고 잠시 머문 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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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펜션으로 추정되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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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동굴 지역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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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는 잔뜩 찌푸린 날씨였으나 갑자기 게기 시작하더니 아름다운 하늘색을 드러낸다.

날이 개이자 하얀 집과 녹색의 경작지 라인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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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집이 드문드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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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특유의 자주색 꽃이 잔뜩 피어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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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의 곡선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건물과 경작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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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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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곳에서 살면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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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 비탈, 비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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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도로가 날 수 없는 깎아지른 절벽지대는 저렇게 돌을 쌓아 아찔한 모습의 다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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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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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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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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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까지 퍼질러 자던 사람들도 다 일어나 바라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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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시에는 어떤 것이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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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도시는 힘들게 가지고 온 광각렌즈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아찔한 절벽에 걸린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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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황금돔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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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도시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숙소까지 걸어올라가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계단이 만만치가 않다.

도대체 무사히 트렁크를 들고 계단들을 오를 수 있을까?

10유로 주고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아직 우린 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