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해운대구에 자리한 수영로교회. 파격적인 사운드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이 최근 아날로그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격 교체하여 눈길을 끈다. 코브라넷을 통한 시그널 전송으로 노이즈를 현격히 줄이는가 하면, 디지털 콘솔을 도입하여 좀더 수월한 오퍼레이팅을 가능케 했다.
바닷가에 인접한 수영로교회는 지리적 특성도 부러움을 살만 하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외관과 규모, 체계적인 인프라와 시스템 등 자랑할 것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특히 교회의 고귀함과 거룩함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건물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하 1층 지상 5층인 이곳은 각 층마다 특화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성도는 물론 지역민들의 쉼터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체계적이고 통합된 모습이어서 자유로움 속에서도 질서가 돋보인다. 그럼에도 마치 양파 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그 속을 알 수 없듯 수영로교회는 베일에 가려진 신비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그곳
대 예배당에 들어서면 일단 그 크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5000석 규모로 1층만 3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부채꼴 모양으로 높은 천정과 깊은 발코니를 가지고 있으며, 물결모양의 천정에는 수많은 조명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측벽에는 베플을 설치하였으며, 천정과 벽면 모두 흡음 처리가 되어 있는 등 음향적인 배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무 의자인 1층과 달리 2층은 극장식 의자로 되어 있고 후벽 역시 흡음 소재로 마감되어 있다.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후의 방문임에도 수년 전이나 큰 차이 없이 외형적인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음향 시스템의 포맷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노이즈를 잡아라!
수영로교회는 주일날만 6번 예배가 있으며, 4개의 홀 외에도 부속실이 많은 대형 교회이다. 거의 매일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다양한 모임도 이루어진다. 각 홀마다 개별적인 음향과 영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교회 내에 또 다른 교회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느 교회와 다르다. 따라서 아날로그 시스템이라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 워낙 크고 넓은 공간이기 때문에 케이블의 길이도 만만치 않다. 결과적으로 노이즈가 발생할 만한 요소가 작은 교회에 비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예배당의 경우 5000석 규모가 말해주듯 스피커와 앰프, 앰프와 콘솔, 콘솔과 마이크 간의 길이가 여느 교회 몇 배에 달한다. 신호 로스는 물론 세월 탓에 노이즈가 발생할만하다.
음향 오퍼레이터인 김철규 엔지니어는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 시절 노이즈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그 당시 이야기를 꺼낸다. “콘솔로 입력받는 신호의 퀄리티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케이블의 길이가 워낙 긴데다가 5층에 자리한 앰프 룸과 스피커간의 거리 역시 짧지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디지털로 바뀐 요즘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됐다고 한다. “예전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인풋 라인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콘솔까지만 아날로그죠. 이제는 아웃풋 전체가 디지털입니다.”라는 김철규 엔지니어는 “예전보다 노이즈가 현격히 줄었다.”며, “무대에 설치된 포켓이나 멀티 등을 오랫동안 사용해온 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노이즈는 상당히 줄었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100채널 이상 컨트롤한다
디지털 포맷으로의 교체는 비단 노이즈에만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다. 오퍼레이팅도 상당히 수월해졌다. 수영로교회는 목사님 설교를 비롯하여 인도자, 사회자, 성가대, 40인조 오케스트라, 찬양단, 싱어, 솔리스트 등 강대상 주변에서 필요로 하는 마이크의 수가 10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콘솔이 한대 이상 필요할 터, 만약 모니터 관련 오퍼레이팅까지 하우스에서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콘솔이 두 대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디지털로 바뀌면서 이에 대한 고민은 덜해졌다. “예전에는 130개 가까운 포켓과 패치 등 입력받은 채널 수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김철규 엔지니어는 “한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채널에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아웃보드에 이르기까지 조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음향 파트에 많은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활한 음향 시스템 컨트롤을 위해 타협점이 필요했었다.”며, “하드웨어 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편리하게 한 자리에서 콘솔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예전보다 환경이 좋아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목사님 프리앰프용으로 사용하는 그레이스 디자인 M201과 dbx 160A등 몇몇 하드웨어는 하우스에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2층에 노출되어 있는 하우스에는 현재 이렇다할 아웃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네트워크 환경에나 적용할 법한 허브가 설치되어 있는가 하면, 너무 간결한 시스템 구성에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에 대해 김철규 엔지니어는 “이펙터나 프로세서와 같은 하드웨어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고 메인 콘솔에 내장된 것으로 믹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설치된 메인 콘솔은 Digico D5 Custom 제품으로 112in/32out의 입출력을 갖고 있다.
아날로그 콘솔에 비해 많은 채널과 효과들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한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김철규 엔지니어는 “100채널 이상 인풋이 콘솔에 연결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4~50채널 정도를 늘 사용한다. 특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대기해야 하는 채널수가 많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필요에 따라 바로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컨트롤할 채널이 적지 않다.”며 “디지털로 교체된 후 동시에 여러 채널을 확인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김철규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천정에는 캣워크도 있다?
대예배당은 ‘은혜홀’이라 명명되어 있다. 2층에서 4층까지 오픈(open)된 하나의 공간으로 예배시 5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예배당이다. 강대상 아래 무대는 계단형 리프트로 작동되도록 하여 행사 성격에 따라 변형 조정이 가능하다. 예배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물론 에어 마이크도 설치되어 있어 실황녹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방송국을 방불케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화면 출력이나 결과물 제작이 수월하다. 강대상 좌우에는 200인치 리어(rear)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보다 선명한 영상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성가대석은 본당 좌측에 집중 배치했을 뿐 아니라 무대 앞쪽에 별도의 오케스트라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인 부분에서 볼 때 여느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수영로교회에는 캣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천정에 워낙 많은 조명과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리 및 교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 사실 교회에 이러한 시설이 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는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시설이라도 그리고 장비라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없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작업하기 수월하도록 기반 시설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부분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수영로교회가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철저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적인 변화
수영로교회는 독특한 분산방식의 사운드 디자인으로 한때 시선을 집중시킨 곳이다. 스피커 수도 그렇거니와 균일한 음압으로 예배당 전체를 빈틈없이 커버하는 등 어느 자리에서나 동일한 소리를 청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 이곳이 새롭게 조명을 받는 이유로 기존의 스피커 시스템 변화가 아닌 포맷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디지털 콘솔이 도입됐다는 것만으로 포맷이 변화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에 대한 시그널 전송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스피커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리모델링에서 디지털화를 이룬 수영로교회는 분산방식의 스피커시스템을 zone별로 나누어 디지털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메인 컨트롤 시스템 BSS Soundweb London BLU-80에서 메인, 발코니, 언더 발코니, 성가대 등으로 나눈 스피커 zone을 레벨이나 on/off 정도 컨트롤하는 것이다. 하우스에는 디지털 콘솔과 Soundweb 컨트롤 화면을 함께 디스플레이하여 예배 상황에 따라 직관적인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아날로그 라인은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인풋단은 모두 예전에 설치한 상태에서 변화가 없다. 다만 디지털 콘솔로 입력된 인풋을 출력함에 있어 디지털로 변화하여 사운드웹을 통해 코브라넷으로 앰프에 전송, 최종 출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날로그 케이블에서 광케이블로 바뀐 것이다.
현재 수영로교회는 3-way와 2-way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예배당에 설치된 것 대부분이 JBL사의 제품으로 VS3215 15EA, HLA 4897A 4EA, SP212 30EA, SP222 1EA, MS112 6EA, MS 26 80EA, Control 25AV 4EA 외에도 SLS 6593 3EA와 Funktion one RES2-SK 4EA등도 설치되어 있다. 천정에 설치된 JBL스피커는 “예전에는 두개의 스피커에 3개의 앰프를 연결하여 Hi/Mid/Low 매칭하여 사용했었다. 지금은 4옴으로 스피커 두개와 앰프를 한조로 구성하여 구동하도록 했다.”며 “이로인해 앰프의 수가 많이 줄었다.”고 김철규 엔지니어는 설명한다. 초기에는 74개 정도의 앰프를 사용했지만 디지털로 바뀌면서 1/2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MA 시리즈 앰프에 확장카드를 장착하여 디지털 전송을 가능케 했다. 장착된 IQ-PIP-USP3CN 모듈은 IQ-PIP-USP3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0MB Ethernet 연결과 같은 싱글인 CobraNet 트랜스포트를 통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그널 플로어 구성과 컨트롤은 IQWic 소프트웨어로 동작할 수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두개의 아날로그 인풋을 제공하며, 시그널의 로컬 시그널 프로세싱을 통해 CobraNet 네트워크 안의 오디오 전송을 가능케 한다.
노출된 음향 부스
체적이 큰 공간일수록 소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쿠스틱에 영향을 받는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공간 전체에 어떻게 소리가 전달되는가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로교회처럼 깊은 발코니와 넓은 체적을 갖고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노출 부스를 꼽는다. 비단 노출 부스는 음향적인 이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 및 예배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유리하다. 또한 급변하는 예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물론 장비의 보안과 같은 단점도 갖고 있지만 말이다.
음향부스와 방송실
소리는 온도나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닫혀있는 공간에서 체적이 클 경우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공조 시스템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수영로교회는 이부분에 있어 대단위 시스템을 설치하여 최적화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부스도 노출하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부스에서 예배당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코니 아래만은 예외다. “예배당 발코니 아래에도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지만, 2층 하우스부스에서 컨트롤 시 홀 전체에 대한 소리를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소 다른 레벨과 소리를 청취할 수밖에 없다.”는 김철규 엔지니어는 “물론 스피커 특성이나 드라이버 사이즈도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코니 아래라는 위치적 특성 탓도 한몫한다.”며 발코니 아래의 음압이나 톤의 변화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수영로교회 예배당은 여느 교회처럼 벽면과 천정에 흡음 소재로 마감처리하여 반사 및 확산이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5000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큰 공간임에도 “홀 특성이 좋은편”이라는 김철규 엔지니어의 말처럼 음향적인 문제점이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간혹 울림이 있는데 우려할만한 부분은 아니다.”라는 김철규 엔지니어의 말처럼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
방송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방송국 수준으로 다양한 영상물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4개의 대형 홀 외 다양한 부속실을 갖추고 있는 수영로교회는 특성상 상당히 많은 장소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출 부스에서 방송실로 보내는 시그널을 RF로 변환해서 모든 부속실로 전송하도록 하여 언제 어디서나 안테나만 연결하면 TV채널을 통해 예배실황을 시청할 수 있다. 물론 대 예배당 외 다른 홀에서도 방송실로 소스를 송출할 수 있도록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5층 방송실에는 동시통역실도 갖추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이 가능하다. 그밖에도 다양한 영상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